내꺼내/글따기

자존감 높은 아들은 가정에서 '이 말'을 주로 듣습니다. [최민준]

가랑비 2023. 6. 7. 13:55

왜 나는 이 말을 보고 눈물이...?

  "선생님! 저 이거 되게 잘했어요!" - 영상 속 어느 가정의 아이의 말 -

 

  영상의 화자는 앞에서부터 부모님의 의견을 전달한다. 자신의 아이가 자꾸 하는 말이 "나 안 사랑하지!"여서 사랑한다고 온갖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계속 "나 안 사랑하지"라는 말을 듣게 되어 애착형성에 실패한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사랑해,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전달하는 화자의 말을 들으면서 괜히 내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러다 뒤에 나오는 아이의 말은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영상을 최근에 한 번 봤을 땐 이러고 그냥 넘겼었다. 이번에 다른 사람이 나에게 소소한 자랑으로 이야기를 들고 온 것을 보고 내 지난 시간 일련의 과정을 통해 깨달았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이 영상도 생각이 나서 다시 봤다. 

  내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어려움 때문에 이를 해소하고자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나도 이전까지만 해도 상담받는 것에 거리감이 있었고, 번거로운 절차에 쉽지 않다고 느껴서 하지 않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문제를 마주하게 되자, 문득 든 생각이 나의 행동을 바꿨다.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을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거리낌 없이 도와줄 텐데, 왜 나는 어려움을 겪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지? 나는 도움이 필요했고, 상담을 통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 또한, 절차가 번거로운 것은 여전했지만, 외부에서 받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학교에서 운영하는 상담은 비용이 무료인 덕에 이겨내고 신청했다. 명칭이 기억나진 않지만, 테스트 상담 1회, 몇 가지 검사를 마치고 제출한 다음 대기를 해야 했다. 한 달이 지난 뒤에 상담이 잡히게 됐는데, 당시 겪었던 문제는 다시 가라앉아서 잊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 됐던 것은 아니었지만, 상담 시간에 얘기는 잘 꺼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넋을 놓고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들게 됐었는데, 1주일에 1회 50분 정도씩 10회 이상을 거치면서 좋은 효과가 있는 것을 느꼈다. 속이 후련하고, 자신감이 생기는 등 의욕이 생기고 이 시간이 점점 기다려지는 등 내가 그동안 겪어보기 어려웠던 것들을 느낀 것이었다. 이후에 상담을 마칠 때쯤 든 생각은 '그러고 보니 이게 끝이 있네?', '이게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등이었다. 내가 지금 이런 시간에 꽤 의존적이게 돼있었다는 것을 느꼈고 신기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나야 한다. 나는 내 갈 길을 개척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가라앉히고 마지막 상담시간을 임했다. 이 때 겪었던 아쉬운 부분을 해소하고자 [나만프케어]를 만들게 됐기도 하다. 마지막 상담 시간이 끝나고 돌아보는 시간을 자연스레 가지게 됐는데, 내가 말하는 내용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재밌는 경험으로 남아있었고, 이 시간 덕에 내가 힘을 얻어서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 그렇게 벌써 2년이 지나서 잊을 뻔했던 나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다시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환기하게 됐다. 이전에 비하면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나는 아이에 머물러 있었음을 다시 환기했다. 이제는 진짜 성장할 때가 온 것 같다. 현재 진행 중인 글싸기 part2가 그 성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글들이 다 나의 자랑이 내포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나의 글들에서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나오는 나의 자랑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의 욕구는 내가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나의 글이 다른 이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전달이 되길 원한다. 

 

  영상에서 화자는 사례에서 아이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봤고, 어머니께서 주고 있는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었는데, 그 둘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두 가지는 존재만으로 소중하고 받아들여진다는 사랑의 감각과 내가 원하는 것은 이룰 수 있다는 자아효능감이다. 내가 지금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을 때, 이 두 가지 부분 중 어디가 무너져있는지 봐야 한다고 한다. 내가 얼마나 멋지게 해내는지 봐달라는 것이 중점이다. 

  추가로 여러 문장들이 와닿지만, 그중에서 지금 관심이 가는 문장은 '먼저 채워주고 가르치는 것과 채워주지도 않고 계속 가르치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이다. 

 

 

https://youtu.be/CUFswRt-v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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