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의도치 않은 존버의 시작

가랑비 2023. 6. 4. 13:17

  얼떨결에 회장이 된 나는 휴학 중이었긴 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를 의욕이 생기게 해 줬던 일이 바로 심궁회 운영 작업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회장을 맡고 바로 임팩트를 만들지는 못했었다. 내가 늘 하던 방식대로 했던 셈이다. 흘러가는 대로 두면서 그때 필요한 일이 보일 때 급하게 처리하는 게 내 방식이었다. 그게 당시의 내 최선이었다. 중책을 담당하던 친구들이 군대를 갔고, 선배들은 먼저 나서주는 사람이 없던 시점이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그때 남아서 부탁하는 일만큼은 잘 처리해 주던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잠깐은 그 친구에게도 서운함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같이 하는 일인데, 왜 나만 이렇게 나서서 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그 친구에게는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인지하고, 내가 부탁하는 것을 군말 없이 정말 잘 처리해 줬던 덕인지 그런 말로 관계를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어렴풋이나마 있었던 것 같다. 회계를 담당해 줬었는데 정말 든든했다.

  앞서 말했듯 남아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동아리라는 것을 절실히 보았다. 특히, 먼저 나서서 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는 동아리였다는 것은 확신한다. 그런 곳은 버려진 곳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이때 처절히 느꼈다. 심궁회는 다행히도 나를 만나서, 나는 다행히도 심궁회를 만나서 불씨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당연하다시피 신입 모집에 들어갔다. 신입을 모집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기존에 하던 홍보 방식을 대강이나마 파악했다. 고맙게도 이미 갖춰진 인프라가 있었던 것이 아무리 열악했다고 하더라도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 회장 친구가 만들어 썼던 포스터를 연락처만 바꾸는 수준으로 재활용을 했고,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홍보게시판, 동아리게시판에 김 씨와 번갈아가며 올렸던 것 같다. 이때도 인스타가 있었지만, 지금 보면 그렇게 쉬운 인스타조차 그때는 활용할 여력이 없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코로나로 인해 한창 민감하던 시기였음에도 10명이 지원을 했다. 도대체 왜 지원하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 같이 호기심이 강해서 들어온 사람이었지 싶다.

  당시 인력이 매우 부족했고, 자연스럽게 교육을 맡아서 하게 됐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도 맘 편히 뭐라도 해볼 수 있었던 것은 동방과 장비가 남아있었던 것이 정말 컸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다른 동아리들은 동방이 없는 경우가 꽤 많았다. 장비를 남겨주고 동아리방을 갖출 수 있게 해 준 선배에게 감사하다. 교육이라고 해봤자 당시에는 내가 동아리에서 선배에게 배웠던 것들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 줄 뿐이었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입장이어서 교육을 했던 게 전혀 아니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자연스럽게 내가 맡아서 하게 됐을 뿐이었다. 한 참 이후에 다른 동아리에서는 외부 교육인력을 구해서 맡기는 경우를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때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만큼 시야가 넓지 못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내가 하게 된 교육은 안전을 확보하고 틀린 것을 전달하지 않는 게 목표였다. 그런 상황에도 남아서 아직도 연락이 닿는 분들이 몇 분 계시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장비는 정말 버텨줘서 용하다. 남아 있던 장비 그냥 그대로 계속 썼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오늬절피 감는 법 조차 몰랐고, 요새 활 내다보면 오늬절피 끊어져서 풀리는 것쯤은 종종 접하게 되는데, 당시에는 그렇게 튼튼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만큼 연습을 안 했다는 말일 것이다. 장비관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렸었는데, 아쉽지만 이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시야에 보이지 않았었다.

728x90

'내꺼내 > 글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AR(Stop, Think, Act, wRite)  (0) 2023.06.07
천사의 손길, TAC의 도움  (0) 2023.06.04
심궁회  (0) 2023.06.02
활쏘기 시작  (2) 2023.06.02
도움 요청하기  (0) 202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