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활쏘기 시작

가랑비 2023. 6. 2. 14:35

  다른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와 얘기를 나누던 중 다른 동아리 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궁동아리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국궁동아리가 있다니 정말 믿기지 않았지만, 그런 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당장 나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회장 연락처를 달라고 해서 바로 연락하고 면접을 보겠다고 하길래 일시를 잡고 며칠 안 돼서 만났다. 그 시기가 19년도 2월이었다. 학기 시작도 전에 연락이 와서 들어오겠다고 하는 사람을 안 받을 동아리는 몇 없겠지 싶다. 그렇게 당시 회장과 처음 만나는 게 약간은 긴장도 되면서 너무 흥미로웠고, 자연스럽게 가입하게 됐다.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던 것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1.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지만, 직접 하고 있는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 2. 동아리 통해서 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번이 90퍼센트를 차지했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나는 활쏘기에만 관심이 많았다. 회원 수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나는 활쏘기 교육 때만 나갔었고, 지금에 비해서는 굉장히 소극적으로 활동했었다. 그럼에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은 꼭 할 수밖에 없었다. 홍보 포스터를 만들려고 하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참여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열정적인 회장 덕에 재밌는 활동도 했었다. 그리고 대회였다. 활쏘기 대회가 있다니 그냥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가도 되냐고 선배한테 물어봤는데 된다는 것을 듣고, 정말 의아했다. 가도 된다니 반신반의하면서 선배님 만나서 뭐가 필요한지 간략하게 들었다. 장비를 동아리 것으로 들고 가면서 참 무모했다고 생각이 드는 게 1시간 정도씩 5번 정도 간단하게 가이드만 받고 궁체고 궁력이고 뭐고 연습은 하나도 안 한 상태였는데 대회를 가겠다고 갑자기 42파운드 활을 들고 갔다. 깍지도 동아리에 있던 플라스틱 깍지를 쓸 뻔했는데 선배님이 들고 온 뿔로 된 암깍지를 소개해주셔서 냉큼 받았다. 8,000원에 파셨었는데 그런 깍지는 어디서 구하신 건지 갑자기 궁금하다.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아직도 갖고 쓰고 있을 정도다. 그렇게 조촐한 장비를 챙겨서 구청장기 대회들을 막 다녔다. 나는 그냥 갔는데, 밥도 주고 활도 쏘고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다. 선배님이 오셔서 영상도 찍어주시고 감사했다. 이때 갔던 곳이 관악정이 기억이 난다. 그때 이후로 관악정을 못 가서 아쉽다. 한 세 군데 갔던 것 같은데 전부 혼자 참여했었는데 다른 대학교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게 약간은 쓸쓸했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굉장히 조용히 눈치 보느라 바빴던 터라 쓱 갔다가 쓱 사라지고 그랬다. 어쨌든 나는 원하는 것인 대회 참여하는 것을 이뤘고 밥도 얻어먹고 충분히 잘 즐겼다. 그렇게 또 대회를 마치니 자연스럽게 활동은 잦아들었다.

  동아리에 관심은 많았던 터라 회장이 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회의 때 나름의 의견도 내고 그랬다. 해를 마무리할 때쯤 총회를 하게 됐는데 굉장히 조촐하게 진행이 되었다. 이때 의견을 몇 번 내게 됐는데, 이것 때문이었는지 난데없이 회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스스로는 아무 능력도 없다고 느꼈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반장, 회장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중학교 때 1번, 고등학교 때 1번, 대학교 와서는 앞서 언급했던 그 다른 동아리에서도 1번 모두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적어서 가능했던 것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은 영향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회장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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