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심궁회

가랑비 2023. 6. 2. 15:52

  심궁회는 나에게 큰 경험을 선물해 줬다. 정말 많은 것을 깨닫고 나아갈 수 있게 해 준 의미가 크다. 내가 나를 인정하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 담겨있다. 초 몰기를 하고, 동아리를 지속가능하게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을 통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성취를 처음 얻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들을 함께 해주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것들 중에서 주제를 정해서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됐다. 제일 크게는 동아리(공동체) 운영이다. 다른 것들이 정말 많겠지만, 이것을 중점적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22년도 초에 말로 꺼내지기 시작했던 표현이 지속가능성이다. 심궁회가 지속가능하면 좋겠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20년도 회장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비슷한 생각이었겠지만, 이렇게 표현으로 하게 되는 것은 느낌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 훨씬 명확해지고, 방향이 확고해진다. 20년도 회장을 맡게 된 이후, 심궁회가 오래 유지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활을 내 손으로 만진 순간, 활쏘기를 직접 하게 된 날, 활터에 간 날, 대회를 처음 갔던 날, 아니, 국궁동아리를 처음 알게 된 날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거리낌 없이 평생취미로 여기고 있었다. 활쏘기는 정말 그 자체로 매력이 엄청나다. 그럼에도 단순히 활쏘기가 매력이 있어서 뿐 아니라, 활터에 계시는 활을 내시는 사람들과 문화가 정말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너무 잘 일치했던 것이 크다. 또한, 그런 활쏘기를 알게 해 준 이 심궁회가 잘 유지되고, 더 나아가서는 멋지고 매력적인 곳이길 원했다. 

  동아리는 2013년부터 형성이 시작되었고, 그만큼 이미 기존의 선배들이 계셨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존 연결고리가 끊어졌던 모양이다. 또한, 동아리는 물론이고 여러 곳에서 겪고 있는 문제지만 인수인계 같은 것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곧 새 출발이 가능하다는 신호였던 것이다. 의욕이 있던 나는 허름하더라도 신입모집, 교육, 활동을 준비했다. 그랬는데 코로나가 퍼지면서 사실상 중단이 돼버렸다. 의욕이 꺾인 것도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심 이렇게 멈추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했었다. 스스로 너무 부족함을 알고 있었고 크게 일을 벌이는 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나에게 감당할 수 있는 과제로 바뀐 것이었기에 버틸 수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는 옆에서 묵묵히 따라줬던 친구 김 씨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갇힌 상태였다 보니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다. 나만의 욕심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지만, 당시에는 왜 따라주지 않는지에 대한 불만, 왜 나만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나 말고는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늘 내가 중요한 것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그것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되새겨왔던 덕분인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일이 진행이 될 수 있게 만드는 방법들을 터득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심궁회가 오래 유지되고, 지속가능한 곳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감정 상하는 것들이 과연 도움이 되는 게 있을까를 생각할 수 있었다. 결론은 뻔하게도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으로 내렸다. 다른 소통 방식이 필요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소통 방식부터 동아리가 오래 유지되려면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스템은 물론이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과정에서 오래 유지가 되려면 필요한 문화까지 내부적인 힘을 갖추고자 했고 동시에 동아리의 특성상 대표는 바뀌어야 하고 신입은 새로 모집이 되어야 한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신입 교육뿐 아니라 대표를 포함한 운영진 교육까지 필요하다. 당연하게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홍보를 고민했고, 활쏘기 특성상 장비 스포츠기 때문에 장비 관리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홍보팀, 장비팀, 교육팀을 구성했다. 팀이 나뉜 다는 것은 작업이 구분이 된다는 것이고 그 작업이 잘 이뤄지려면 목표가 명확해야 했다. 팀의 목적, 목표 설정이 필요했고 이 길을 걷고 이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팀별 시스템이 필요했다. 일들을 거쳐가면서 매번 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갇힌 아주 어린이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나아갔다. 아마 평생에 걸쳐서 나의 어린 모습들을 어른스럽게 바꿔나가는 작업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심궁회를 오래 유지되게 하고 싶은 생각이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나의 성취였음을 깨달은 것은 22년 후반기였다. 당연히 나만의 성취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며 함께 같은 목적을 향해 걷고 있는 동료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단지 성취로 보는 것이 내가 심궁회를 가꾸는 것이 나에게 큰 의미 있는 작업임을 깨닫게 해 줬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성취뿐 아니라, 나의 성장이 이뤄졌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의미이다. 이 덕분에 나는 사회를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었고 세상의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느끼며 우선순위를 지키며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앞으로도 항상 배움의 자세로 적극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이후에 쓰는 글에서는 좀 더 상세하게 일례를 갖고 개선시켜 나가는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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