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4

아침걷기118 바닥의 확장

기억력이 안 좋은 것에 대한 장점은 굉장한 이점을 갖고 있다. 사람은 기억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한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는데, 동일한 기억을 다시 떠올림으로써 처음같은 상태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기억력이라는 말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긴 하지만, 지금 언급하려는 것은 과거 그 자체에 대한 기억이다. 미래에 시선이 가있다보면 과거를 잊곤 한다. 기억력이 안 좋은 나는 유독 더 그렇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좋았던 기억은 다시 복구한다. 대신 내가 원하지 않는, 후회하는 나는 과거로 묻는다. 그리고 개선을 끝마친 뒤에야 그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되는데, 완전히 달라진 상태에서 마주하는 흑역사는 타격이 없다. 오늘 아침걷기는 다른 것들을 챙기느라 아쉽지만 패스하게 됐다...

아침걷기114 낭떠러지

외줄타기를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어떻게 저걸 해낼까? 보고 있으면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이긴 하구나 한다. 아마 그 사람은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줄을 어떻게 탈 것에만 신경쓰지,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하진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기초부터 연습하며 익히고 그 다음 것을 노릴 것이다.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못하는 것에 메달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 마음 편히 할 일들을 했다. 아침걷기, 등운동, 알바, 점심 해먹고 설거지, 밀린 빨래와 약간의 청소 등을 쉬엄 쉬엄했더니 시간이 금방 갔다. 그래도 예전만큼의 아쉬움은 아니다. 뿌듯함을 얻었고, 막막했던 청소도 점점 나의 영역에 들어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 오랜만에 노래도 들었다. 웹툰도 조금 봤다. 강연도 하나 봤다. 그리..

아침걷기53 투정

어둑할 때 알람 없이 눈을 뜨는 것은 꽤 기분이 좋다. 일어나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내버려 둔다. 그리고 최근 마루는 강쥐라는 웹툰을 접하게 됐다. 마루라는 캐릭터로, 데리고 있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말썽을 피우지만, 귀엽고,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우리라는 언니의 외로움도 자연스럽게 충족시켜주기도 하는 등의 신비로운 생명체가 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어른'스러워지려고 했던 것은 아닐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줬다. 걸으러 나가는데 폰이 배터리가 없길래 충전기를 꽂아뒀다. 그러다가 해가 더 뜨기 전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후딱 나왔다. 눈이 조금 흐린 느낌이었긴 한데, 하늘이 맑고 햇빛이 따스하게 내려와 있는 것을 보며 눈이 풀어졌다. 호랑이(석상)에게 가서야 폰을 두고 왔..

아침걷기31

어제 밤에 가족이 내일 아침은 청소를 해보는 것은 어떻냐는 말에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의식적으로 더 그렇게 생각했다. 한 번 생각을 꺼내게 된 시점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눈을 뜨고 시험 때문이라며 미루고 있던 청소를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건드렸다. 최근 꽤 자주 느끼지만 청소하는 게 귀찮지 않고 오히려 하면 좋다. 깔끔해지는 것이 기분이 좋다는 것을 느낀다. 더해서 스스로 직접 깔끔해지게 만든 것이니 뿌듯하다. 비가 오니 오늘은 자연스럽게 여유롭게 걷게 됐다. 포인트에 정신을 뺏겨 여유로운 걷기를 만끽하지 못했던 기억과 달리 오늘은 생각에 빠져 포인트를 잊었다. 나로서는 상당히 재밌고 만족스러운 경험이다. 최근에는 걱정거리로 인해 생각에 잠긴 적은 많지 않다. 있다하더라도 걱정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