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따기

CoP 혁명(2004)

가랑비 2026. 3. 18. 16:08

  읽으면서 아직 내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을 다룬 내용도 많아서 명확히 입력되지 못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던 영역들에 대해서는 시야의 확장을 경험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비폭력대화]를 통해 인간관계에 있어서 답을 찾았다면, 이 책은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유사한 방향으로 흐르는 길을 보여줬다. 특히 마을 만들기를 꿈꾸는 입장에서 단순히 화목한 가정의 모임으로 여기고 있지 않고,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이 땅에 놓인 사회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것을 찾는 입장에서 가뭄의 단비였다. 물론 [비폭력대화]의 세계관을 전제하고 있는 [소시오크라시]가 있었는데 이 내용도 획기적이다. 하지만 이상을 좇는 나조차도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정도의 것을 보여준다. 이론상 가능하다는 것까지는 알겠지만, 이 사회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운 수준의 것이었다. 

  이에 비해 [CoP 혁명]은 공동체적 접근을 강조하며,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생기발랄함을 언급함으로써 [비폭력대화]의 연결과 맥을 같이하는 요소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현대의 사회, 경제체제와 결을 맞추는 작업을 시도하며, 실제 효과를 본 사례들을 소개해준다. 이런 것이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들이 기존의 정적인 형태의 것에서 쌓아 올린 내용이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원제는 '양성'으로 번역이 가능할 'Cultivating'이지만, 혁명으로 번역되었다. 혁신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사회의 기반을 축적해 나가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드럽게 착륙하려는 시도가 마음에 든다. 

  책을 끝내기 몇 페이지 전쯤 '내가 갈 길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실천공동체 CoP]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지만, 핵심 저자인 Wenger가 가지는 가치관의 방향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결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 인생을 밝혀주는 책을 만났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기회다. 최소 10년에서 평생에 걸친 것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헤멜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의미하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이렇게 시간을 아낌으로써 내가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실천공동체 CoP]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이중성에 대해 무수한 반복을 한다.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이렇다는 거야 저렇다는 거야 뭐야'라는 생각을 가질만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세상이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 틀을 깨어줌에 있어서도 한 몫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세상을 좀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될 테니 그 이점은 실로 상당할 것이다. [교육학의 재건]에서 접하게 된 신학문, 학문의 정의에 따르면 그 대상의 진리에 가까이 가기 위해 의심하고 규정하고 답을 하는 작업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실천공동체 이론이 무엇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인가? 이에 대해 학습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때, 학습과 관련하여 많은 설명을 해주고 있다고 보인다. 여기에서 비롯된 산물들은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확장되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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