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정신집중

가랑비 2025. 9. 9. 21:18

  ADHD라는 용어가 이슈가 되면서 인간이해의 새로운 영역을 늘려주는 것 같다. 아동청소년기에 있었다가 성인이 되면서 사라진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성인 ADHD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것은 더 이상 유전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성인병 같이 현대에서 두드러지는 질병 중에 하나라고 보인다. 물론, 과거에는 이런 진단명이 없었기에 진단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도 있겠다. ADHD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있는데, 명칭 그대로, 주의력 결핍 혹은 과잉 행동이 메인이다. 과잉 행동의 경우에는 눈에 띈다. 그래서 오히려 쉽게 밝혀진다고 한다. 그러나 주의력 결핍 같은 경우에는 조용해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과잉 행동은 적고, 주의력 결핍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례의 경우에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학습하지는 못한 상태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서 그렇게 시간이 흐르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다양하다. 무엇을 배우는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기 쉽다. 특히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약속 시간을 못 지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기억을 못 하니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주의력 결핍이 발생할까? 

  무엇보다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손쉽게 다양한 컨텐츠들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커 보인다.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이미 한 걸음 뗄 때마다 광고가 덕지덕지 켜져 있다. 수많은 전문가, 석박사들의 작품으로 현란한 움직임과 시선을 강탈하는 것들이 주변에 수도 없이 깔려있는 셈이다. 주의력이라 함은, 힘 력 자를 사용해서 늘릴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본다면, 주의력을 기를 환경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적인 사례로 볼 때, 주의력 결핍이 후천적이라는 것에 보탤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큰 충격을 겪거나, 혼란을 마주할 때,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능력'이 발달하여 기억력과 주의력에 발달을 미루는 것이다. 일종의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유를 밝혀낼 수 있다면,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많은 미디어와 광고 같이 주의를 분산시키는 게 원인이라 하면 그것에서 거리를 둘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만약 방어기제로 인해 발달된 것이라 하면 방어기제를 만들게 된 원인을 파악하여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겠다. 다양한 방면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사회에 적응하는 데 보다 더 수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주의력을 늘려야 할 이유는 단순히 한 개인이 사회를 잘 살아가기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한 개인으로서는 물론이고 사회가 개인을 품고, 개인이 사회를 구성하는 차원에서 개개인의 정신집중은 굉장히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여러 가지의 것들이 있겠지만, 특히 하나를 먼저 꼽는다면, '사랑'이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는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 중의 하나가 '정신집중'이다. 이해한 바로는 이 정신집중은 기본 전제 조건이다. 정신집중이 있어야 사랑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가 되는 수준의 것이다. 상대방에게 무언가 주고자 할 때, 무엇을 줄 것인가? 상대방이 좋아하고, 상대방에게 필요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관찰 혹은 조사(?) 혹은 직접 물어보는 것 등이 있겠다.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집중이 있지 않으면 쉽게 놓치게 되기 마련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누적이 될 때, 자연스럽게 수많은 정보들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점차 익숙해지고, '당연'시 되게 되면서 많은 정보를 유의미하게 쌓지 못한 상태에서 정보들을 무시하게 된다는 점이 또 비중 있는 비극의 일종이다. 그러나 하루에 5분씩만이라도 정신집중의 시간을 갖고 관찰, 조사, 질문을 통해 정보를 얻어 유의미한 것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게 된다면,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누군가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고, 당연한 것을 굳이 힘들게 늘어놓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불가능했던 영역일 수 있다. 내가 그랬고, 이제 걸음마를 걷는 단계를 지나고 있는 과정에 놓여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이런 작업이 내게도 숨 쉬듯 당연한 일인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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