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좋은 점 찾기

가랑비 2023. 6. 14. 13:32

  아무리 둔감한 나라도 느끼기 쉬울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변화를 겪은 순간들이 내게는 여러 번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비난, 솔루션 제시 없는 지적을 그만둔 것이다. 그것을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그만둘 수 있는 것은 또 아니었겠다. 자연스럽게 대신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대책을 마련하니 잘 맞아떨어졌다. 바로 '좋은 점 찾기'였다.

 

  예전부터 나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런 식으로 공감이 잘 형성이 되는 요소들이 있었고, 그런 부분에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었던 것으로 봐서는 나도 어디가 완전히 고장 났다거나 둔감하기를 타고난 것은 아닌 듯하다. 문제는 외부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 중 대다수가 그다지 좋은 얘기는 아니었다. 뉴스, 주변에서 들리는 소식 어디 하나 기분 좋게 들을 만한 얘기는 많지 않았다. 단순히 내 관점의 문제를 떠난 수준의 얘기만으로도 넘쳐났다. 이때 처음 했던 시도가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을 끊는 것이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재난과 같은 상황은, 스트레스에 취약했던 나에게는 일상을 방해하는 독이었다. 관심을 의도적으로 끊고 나니 실제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에너지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생각하길, 어디 선행만 다루는 곳은 없을까? 찾아보면 종종 검색이 되기는 했다. '그래도 있기는 하는구나'하며 안심했던 기억이 있다. 여기에서 그쳤지만 더해서 나 또한 비판, 비난을 멈추기로 했다. 어느 누가 했던 말로 기억하는데, 어차피 남들이 다 알아서 비판해 줄 텐데, 가족끼리라도 부모님이라도 믿어주고 응원해줘야 하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말이 참 인상 깊었다. 이걸 나에게 적용해서, 어차피 남들이 다 비판해 주는데, 나 하나 비판 안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위험한 표현, 웃음 포인트로 씀)라는 생각이었다. 

 

  그 대신 시작한 것이 좋은 점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내 성격에 잘 맞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순식간에 나의 삶을 감싸기 시작했다. 마냥 낙관하라는 얘기도 아니고, 좋은 점을 찾으라는 것은 이점이 상당히 많다. 비판이 습관이 되면 결국 될 것도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찾고 시도조차 못하게 될 수 있다. 나는 경험, 자산, 안목 뭐 하나 가진 게 없던 시점에서 새로운 도전과 경험은 매우 중요했다. 안 될 이유를 찾던 시기를 지나 되게 하는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인생 만족도의 등락을 지나며 작게는 여러 번, 크게도 몇 번의 방황, 무기력 등을 겪으면서도 나에게 희미한 불꽃같은 욕구는 꺼지지 않았고, 잊을만하면 자신의 존재를 나에게 자꾸 일깨웠다. 좌절에 절어있으면서도 건강과 평화를 추구했고, 붙잡고 포기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마치 제련처럼 아주 조금씩 단련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버틸(?) 수 있게 했던 가장 강력했던 툴은 좋은 점을 찾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보거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관행 등을 겪게 됐다. 이 과정에서 내가 접할 땐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 중 직접 부딪혀서 납득해 낸 이점들을 모았다. 그게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어야지 내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자산이 됐던 것은 납득할 수 있었던 부분들을 후배들에게는 이런 이점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권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한 덕에 나는 내면의 모순을 타파할 수 있었다. 나도 싫어했던 행동을 아무런 이점도 체감하지 못하면서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야 한다거나, 이 방법 말고는 달리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은 발전을 그만두는 행위이다. 아무런 고민 없이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야 말로 굉장히 인간중심적인 작업이다. 그리고 그 끝은 망하는 것으로 귀결이 된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으니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부분은 흡수하게 됐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보려고 하니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예뻐졌다. 그러니 사람들과의 교류가 훨씬 수월해졌다. 또한 사람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점들 말고도 이점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가끔씩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일종의 공통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그 부분에서 뿌리가 되는 생각의 씨앗 같은 것을 찾게 되는데 이 작업을 해낼 때 굉장히 짜릿하다.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예전에는 변명거리에 불과했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서는 인문학이 되었다. 이렇게 나의 모습이 점점 내 마음에 드는 모습에 가까워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흐름에서 중요하게 작동하는 뿌리가 되는 생각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것들은 대체로 복합적으로 연결이 되어 예상치 못한 수많은 발전을 만들어 준다. 이번에는 그중 하나가 되는 '좋은 점 찾기'에 대한 내용을 다뤘는데, 생각나는 대로 싸지르는 거라 내가 전달하고 싶은 만큼의 내용이 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을 나중에 다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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