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더 나은 길로 가는 생각과 행동 선택하기

가랑비 2026. 10. 7. 18:13

  어제(쓸 당시, 10월2일) 한 학기를 좌지우지할 갈림길의 기로에 섰다. 제출마감이 넉넉 잡아서 17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음. 점차 마음이 편안해졌다. 포기해야겠다는 판단에 다다른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불명확한 생각에 막막함과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한 행동이기도 하지만, 이제 조금 방법을 알 것 같은데 더 시간을 갖고 다음 학기에 도전해도 재밌겠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합리화의 달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생 스트레스 덜 받으며 건강하게 사는 게 최우선인 나로서는 아주 좋은 선택지였다. 그러나 '오늘 제출은 포기하겠다'는 생각만으로 편안해짐을 느끼던 그 순간, 퍼뜩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가까스로 도움 요청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당장에 무언가를 기대할 여력조차 없었지만, 도움 요청이 필요한 것은 인식한 것이다. 당장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차, 면접 보는 시간이었다더라.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간결하게 얘기했다.
 
"이번 학기 포기할까 하는데요"
 
  그 즉시 돌아오는 건 우문현답이었다. 엄마는 이런 상황이면, 매번 엄청난 지혜를 발휘하시어 현명한 답을 주신다. 이전에도 두 번 정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었다. 
 
  나는 실제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집중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까놓고 말하면, 80퍼센트는 딴짓에 시간을 썼고, 기껏해야 10~2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을 작업에 쓰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그나마 그 시간마저 수정을 거칠 수록 점점 미궁으로 빠져버리는 상황이었다. 이딴 식으로 하는 데도 통과가 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또다시 든다. 달리 보면, 만약 내가 100퍼센트는 바라지도 않고, 70~80퍼센트를 온전히 집중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 그게 가능한 분야를 몇 가지 찾았고, 더 찾아가는 중이다. 신기하게도 사람이 성장이라는 걸 겪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순환을 타는 느낌을 조금은 겪는다. 이 분야를 찾았기에 내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이게 없었을 때 나의 불안의 이게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나머지 절반은 인생 사는 법을 터득하면서 해결되었다). 찾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사라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다시 돌아와서, 내 불안이 해소가 된 덕에 여유롭게 내가 지금 겪은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다. 여전히 겪고 있는 문제였고, 이를 다시 짚어볼 수 있게 되었다. 특정 생각에 매몰되는 순간 내 특정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각'이 보이지 않으면 좌절하게 되면서 좌절하는 순간이 쌓이다 보면 '의욕'을 상실하는 수순이 되는 것이다. 이후에 각이 보일 때 의욕이 살아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 되기도 했다. 
 
  엄마한테 헬프콜을 했던 것처럼, 동생에게 헬프콜을 했다. 바쁜 와중에도 도우러 직접 와줬다. 내가 도움을 요청한 것은 마감을 위해 끝내고 넘기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동생과 함께 이렇게 저렇게 시도를 하면서 얻은 것은 '의욕'이었고, 의욕이 생겨서 더 하다가, '각'을 발견한 순간이 왔다. 그 순간, 그 자리에서 10시간을 내리 작업을 하면서 밤을 꼴딱 새우고 그대로 바로 제출을 갈겼다. 이건 절대 자랑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이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한나절의 경험은 나에게 아주 강렬한 기억을 주었다. 어찌 되었든 다른 행동을 통해 다른 결과를 얻어낸, 나름의 성공 경험인 셈이다. 비록 이후에 또 정신 못 차리고 빌빌거리다가 딴짓하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1차는 통과. 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받은 피드백이 그렇게 어려운 것을 고치라는 것도 아니었고, 통과 소식을 듣게 되니, 의욕이 더욱 솟는 것을 느꼈다. 
 
  동아리의 오은영(여기서 웃으면 돼요(?))인 나는 앞으로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여 자료 수집을 할 예정이다. 재밌는 시간들이 될 것 같아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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