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족들이 먼작귀에 빠져있다. 지난번에 가족 모임이 있을 때 치이카와에서 나온 장면으로 재밌는 상황들이 있었다. 그 덕에 궁금해져서 나도 한번 봐볼까 했다. 그래서 치이카와 좀 보려고 유튜브를 틀었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애니 리뷰 영상이 있길래 무심코 틀었다가 감동을 받아버렸다(1). [못 미더운 악녀입니다만]이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에 나온 애니더라. 낙관적인 태도로 해석하는 것과 동시에 근성으로 위기 상황들을 극복하는데, 내가 바라던 모습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모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난관을 맞닥뜨리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여주는 실제 악녀에게 높은 곳에서 밀쳐져서 떨어진다. 모두가 모여 있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악녀의 평판은 목숨을 빼앗겨도 이상하지 않을 나락행이다. 그런데 악녀는 좀 더 똑똑한 것 같다. 주술을 사용할 줄 알아서 여주와 영혼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락행 열차에 탄 악녀의 몸에 여주를 가두고 죽게끔 유도한 것이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운과 낙관과 근성의 세 가지 콤비네이션으로 위기들을 극복해 나간다.
낙관이 극에 달해 어떤 경지에 이른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다 근거가 있었다. 자신이 속한 가문을 대표하는 가치가 '근성'이었다. 그에 걸맞게, 병약한 몸을 갖고 있음에도, 약초를 조합하여 자신의 몸에 맞는 약을 찾아 먹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온갖 것을 다 하며, 심신을 단련하는 노력을 탈인간급으로 해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능력은 이미 상향되어 있는데, 웬걸 병약과는 거리가 먼 체력 좋은 몸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정리하면, 탈인간급 인성과 근성의 보유자가 악녀의 낙인이 찍혀 죽음의 위기에까지 처한 나락의 상황에서 극복하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내용이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긍정과 낙관의 태도를 유지하고 밀어붙이는 근성에 감탄했다. 이에 더하여 내가 감동을 받은 포인트는 주변인에게 낙인으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멸시를 뚫고 자신을 증명해 내는 것을 넘어서, 그 오해와 멸시의 주체들의 인식을 바꿔 자신의 편으로 혹은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나도 그러한 믿음을 받는 느낌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싶다.
이전에 민음사 채널에서 영업당해서 구매했던 고전 소설, [주홍글자]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보였다. 주홍글자는 'A'라고 이니셜로 낙인이 찍힌 것인데, 사정을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아직 완독 하진 못했다ㅋㅋ) 이에 대한 주제를 깊이 고찰한 것에 대해서도 감탄했었다. 고전은 고전이구나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크게 세 인물이 다뤄지는데, 그중에서 낙인이 찍힌 인물은 한 여성이었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행동을 지속적으로 곧게 하며 나아가니, 결국 낙인의 의미를 나쁜 의미에서 좋은 의미로까지 바꿔버리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요약해 본다(2).
나는 과거에 이런 굳건한 모습을 원했었지만, 꺾이고 말았다. 왜 꺾였을까. 그 끝이 좋게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그 과정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던 걸까. 이젠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여전히 이 길을 원하고 있다. 이전 글 '범(凡) 내려온다(3)'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평범함이 나를 향해 내려오는 게 범 내려오는 것처럼 겁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걸 받아들이고, 또한 우연히 얻어낸 나의 능력들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다 보니 내가 해낼 수 있는 것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나는 대리만족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그 가치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한시적인 것은 분명하다.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면이 조금은 있기 때문에 허용할 뿐이다.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 내가 직접 해낼 수 있길 바라는데, 내가 원하는 것들을 근성 있게 지속적으로 해내는 것부터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이없게도 웨이터 일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왜냐하면 상대의 필요에 100퍼센트 에너지를 쏟고 거기에 전력을 다하는 업이지 않나. 매력적이게 다가온다. 물론 평생 할 생각이 아니라, 안목을 기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업에 종사해 보는 게 빠르고 강력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이런 식으로, 이제는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살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삶을 살러 나아가고 싶다. 그것을 방해하는 게 있는 것이 이젠 싫다. 같은 논리로, 학위도 준비하는 것이 더 이상 내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필요할 때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몰두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불나방처럼 죽도록 달려들어보는 삶을 살아 보고 싶다(내 삶의 특징들을 볼 때, 아무리 그렇게 해도 안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1)
https://www.youtube.com/watch?v=YALQpP0gk1g
(2)
https://www.youtube.com/shorts/r_JmXXqLiuU
(3)
https://garantbe.tistory.com/609
범(凡) 내려온다
6년 전 화제 몰이를 하며 방방곡곡에 호랑이가 내려오느라 숨 쉴 틈 없어 보였던 때가 있었다. '범 내려온다(1)'는 이날치 밴드의 노래이지만, 한국관광공사에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춤을 더
garantb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