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활터대장정, 서울-진해

가랑비 2026. 6. 14. 15:54

  최소 3박자가 맞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게 되는 게 있다. 나한테 그렇게 하게 된 것 중에 큼직한 이정표로 남은 것들이 꼬치구이, 강사, 대학원 등이 있다. 꼬치구이를 하면서 내게 추진력이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해 줬다. 강사일을 하면서 내가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대학원에 오면서 나의 삶을 탄탄히 해주는 루틴을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계속해서 비슷한 경험들을 쌓아나가는 중에 있는데, 그 점들이 결국에 이어진다는 게 이제는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 그래서 더 탄력을 받고 도전하게 된다. 이번에는 이렇게 3박자가 맞은 게 국토대장정이었다. 

 

  내게는 지금까지 결과보다 중요한 게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스토리였다. 뭐든 누군가가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낼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게 된 원동력이 무엇이었는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물론 이제는 이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 놓여있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집착하진 않는다. 혹시 나와 비슷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나 포함)을 위해 먼저 어떻게 도전하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나열하고 시작해 본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걷기, 2. 도착지, 3. 활쏘기 이렇게 세 가지이다. 걷는 것에 좀 익숙해져 있었고, 창원 진해에 사는 지인이 있었는데 한 번도 못 가보고 있던, 한 번쯤 보러 가야지 벼르고 있던 차에 동생이 백패킹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걸어가면 재밌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같이 가는 것은 성사되진 않았지만, 도전하는 것에 불을 지피고 그 불씨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활쏘기로 인해서 더욱 커져버렸다. 평소 활쏘기를 엄청 좋아하지만, 미루고 있던 느낌이 컸기 때문에 이 기회에 전국 활터 방문하기도 엮으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았고, 대단한 준비 없이 바로 출발하게 되었다. 이런 도전이 가능했던 것은 정말 문명의 발전 덕분이다. 

  

  기간은 26년 5월 12일(화)에서 5월 19일(화)까지 8일 차에 김천을 마지막으로 걷는 것은 마무리했고, 발목 부상과 비 이슈로 이후 이틀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했고, 총 10일 동안 활터를 12곳을 방문했다. 돌아올 때는 버스 타고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무전여행은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지출에 필요한 것만 포함시킨다고 해도 준비물에 든 비용은 다니는 동안 들러서 구매한 것들까지 포함해서 다이소에서 산 것들로 5만 원 정도뿐이다. 기존에 갖고 있거나 받은 것으로 충당했음에도, 식비에 간식이나 음료 포함해서 30만 원 정도와 숙박비로 20만 원가량만으로 대략 총 55만 원가량 지출했다. 심지어 이게 숙박을 한 번은 형네 집에서 자고, 하루는 사정상 한 번 걸렀고, 하루는 무인카페에서 머물렀으니까 7박 비용이다. 사실상 여행 갈 때 드는 경비랑 비슷하게 들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름이 국토대장정이라고 해서 국내 특정 지역을 '걸어서' 간다는 점만 똑같지, 이외에는 정해져 있는 건 없기 때문에 목적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모양새는 천차만별이 되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걸어서 가면서 활터 방문하는 게 주된 목적이 되었기 때문에 이외의 것은 어떻게 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잘 챙겨 먹고, 잘 자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이라면 지출을 하고, 굳이 비용을 더 아끼려고 하지는 않았다. 강조하지만, 걸어서 가는 것, 활터 방문이 표면적인 주된 목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다양한 일들이 예상치 못한 큰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걸어서 가는 것은 중간에 멈추게 되었지만, 만족스러운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봤기 때문에 아쉬움은 전혀 없었고, 더 큰 비중을 차지했던 활쏘기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로 전환되어 또 재밌는 여행이 되었다. 

 

  방문한 활터는 1. 살곶이정, 2. 경기 성남시 분당정, 3. 경기 오산시 세마정, 4. 충남 천안시 천궁정, 5. 대전 회덕정, 6. 충북 관성정, 7. 경북 김산정 여기에 더해서, 8. 밀양시국궁장, 9. 경남 강무정, 10, 용마정, 11. 벽해정, 12. 진해정 이렇게 밀양에 한 곳 창원에 있는 네 곳까지 더해서 총 12 곳의 활터를 방문했다. 이렇게 10일 내리 활을 낸 것도 처음이라 나름 활쏘기에 훈련이 되었고 잊었던 감각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쌓았던 감각을 잊었다는 것에 매우 충격을 받았고, 다시 찾았기 때문에 다시 잊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또한 최근 계속해서 헬스를 하고 있는 것이 국토대장정에도 활쏘기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상황을 보고 큰 힘을 얻었다. 모든 활터에서 방문을 환영해 주시어 마음 편안하게 활을 낼 수 있었고, 다음 날 더 갈 수 있는 에너지를 보충하는 곳이었다. 활터란 내게 주유소 같은 곳이다. 

  예상치 못하게 얻었던 큰 의미 있는 것은 처음 봤음에도 도움을 주시는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이었다. 내가 서 있는 세계가 매우 좁았다는 것을 이 기회를 통해 수차례 두드림을 당했고, 결국 깨어져 나올 수 있었다. 물론 내가 태극기를 달고 있었고 차림새와 함께 '국토대장정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명백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경험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나라면 그런 사람이 옆에서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속으로만 멋지네~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만약 같은 차림새의 사람을 보게 된다면 나도 말 한마디라도, 이온음료 하나라도 건넬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나는 이제껏 살아오는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을 거쳐 살아왔다. 그것을 체감하고, 나 또한 작지만 수많은 손길 중에 하나가 되길 기대하면서 필요한 곳에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솟구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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