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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365] 0330

가랑비 2026. 3. 30. 09:44
욕구 어휘력이 풍부하면 우리를 화나게 하는 판단의 이면에 있는 욕구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꺼내진 어휘에 내가 어색함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너무 현학적인 건 아닌가 검열을 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느낌은 없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이 될까? 이런 고민이 99퍼센트가 된 것 같다. 떠오르는 어휘는 꽤 풍부한 편인 것 같다. 그런데도 사용해 본 적은 별로 없는 어휘이다 보니 어색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만큼 그 어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럴 때면 꼭 검색해서 정의도 살펴보고, 용례도 살펴본다. 최근 접한 재밌는 사례가 '천착'이라는 단어였다. 부정적으로만 쓰이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고 집착의 좋은 버전이라고 봐도 될만한 의미도 함께 있는 단어였다. 이 단어를 알면서 내가 그동안 집착으로만 사용하던 표현을 천착해 왔던 분야라고 하니 전문가스러운 느낌을 내는 표현이 들어 마음에 드는 것도 있게 되었다. 

  새로운 어휘를 알고 그 용례를 알게 될 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더욱 정확한 위치에 의미를 맞게 던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언어, 어휘라는 것은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욕구에 관련한 용어를 다양하게 알고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내게 최근 와닿은 욕구 단어가 '존재감'인데, 존재감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정말 중요하구나 인식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니 새롭게 해석이 되어 명쾌해지는 바가 생기기도 했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 내가 타인에게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해주면 좋겠는 모양이었다. 

  타인에 대해 이해하는 바도 자연스럽게 커져서 소통에 더욱 원활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더 좋은 효과를 발견하고 있다. 나와의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와 소통이 된다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시피 했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나와의 소통이라는 것은, '또 이러네', '언제까지 이럴 거야?', '얼른 좀 하자' 같은 채찍질의 언어뿐이었다. 나는 나를 폭력으로 대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욕구 용어를 하나씩 알아가게 되면서 내게 필요했던,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와닿는 체감을 했다. 그 자체로 나에 대해 진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니 점차 내가 나의 말이 잘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의 이면에 있는 욕구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진짜 연결로 이어지는 길이며, 진짜 소통이 되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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