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시험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하여

가랑비 2026. 3. 15. 22:56

  나는 계획이 익숙하진 않은 편이다. 그래도 몇몇 경험을 통해 계획과 준비 작업에 그나마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원하는 무언가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계획하고 준비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그것도 여러 번 시도 끝에 발달했다. 어떻게 하면 더 낫겠다는 체감하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그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접해왔던 시험은 내가 원해서 본 것이 아닌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끌려다닌 세월이었다. 점차 회의가 짙어졌고, 가치가 없다고 여기게 되어왔던 것 같다. 엄밀히는 준비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봐도 무방해졌다. 

  이제는 방식을 바꿔서, 연역적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분명한 가치가 존재한다고 이제는 귀납적으로 믿기 때문이다. 가치가 있기 때문에 준비할 가치가 있고, 시험이라는 것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귀속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활용하던 방식인, 노가다를 이어서 해보고자 한다. 시험을 통과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요소가 되는 작업에 초점을 두고 노가다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는 정말 어이없게도 필수 요소가 되는 것들에 대해서 쏙쏙 골라서 싫어한다. 

  왜 이렇게까지 싫어했을까. 이것도 거의 트라우마적 요소로 변질된 것 같기도 하다. 더 이상 이유가 무의미해질 만큼 자체가 싫어져버렸던 단계도 거쳤다. 이 시험 자체로 인해 내가 단정적으로 여겨진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한 반항도 있었다. 그걸 잘 보기 위한 노력을 통해 얻는 이점을 포기함으로써 편해지고자 한 것도 있다. 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내면서까지 할 만큼 그것의 가치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권력 구도에 대한 반감도 있다. 시험을 주최하는 입장에서 보는 시험의 이점은 두 말하면 입 아플 만큼 효율적이다. 단순히 이것 때문에 발생한 것에서 탄생하는 탈락자들의 고충을 알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이제는 나름의 힘을 축적하고 있는 과정에서 시험에 대해 뚫어낼 수 있는 방향을 찾게 되면서 좀 더 숨구멍을 트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만약 누군가를 발탁해야 하는 입장에서 볼 때 단순히 효율적인 접근으로만 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로 인해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겠지만, 좀 더 섬세한 접근을 찾아내고 싶다. 그전에 나부터 성장이 필요하다. 지금 나의 건강독립이 내 인생을 단단히 해줄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경제적 독립까지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의 루틴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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