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

아침걷기30

대망의 시험 날이었다. 시험 날이어도 나의 하루는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걷기, 아침식사, 책 읽기까지는 무사히 마쳤다. 뒤늦게 글을 쓴다. 내 인생의 공부가 이렇게 가까웠던 날이 언제였을까 아득했던 과거들이 슬며시 떠올랐다. 시험이 기다려지는 것이 가능한 거였구나.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완벽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준비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었다. 이렇게 된 것도 내가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긴 정도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험은 평소 수업시간과 달리 2시간 늦게 있었지만, 똑같이 출발해서 열람실로 직행해서 어제 하던 공부를 마저 했다. 어제 공부를 멈추고 나올 때와 오늘 열람실로 들어갈 때만 해도 의식적으로 미소를 띠어보려고 했다. 의도적으로 미소를 띠면 ..

어느 순간 갑자기 내 오른 갈비 몇 번 쪽에 통증을 느낀다. 숨을 쉬는 자세를 바꿔 본다. 통증이 덜 해진다. 그 자세로 숨을 쉬어 본다. 좋다. 바른자세다. 이걸 하다 보니 자연스레 걸음이 느려졌고, '느리게 걷자' 장기하 노랫말이 맴돈다. 새롭게 와닿는 문장이다. 통증을 느끼면서까지 달리고 있는 이유가 뭐지? 질문하게 된다. 그래 뭐 어때 잠시 느리게 생각을 따라 걷는다. 지금 순간을 집중해 본다. 약간의 해방감을 누려 본다. 지금을 사진 찍는다. 오랜만에 만난 맑은 하늘을 내 망막이 닿는 곳까지 따라간다. 오랜만에 만난 맑은 공기를 내 횡격막이 닿는 곳까지 들이 쉬어 본다. 내 눈이, 내 피가 맑아지는 기분을 느껴 본다. 어느새 집에 도착해있음을 깨닫는다.

내꺼내/글싸기 2021.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