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2

아침걷기53 투정

어둑할 때 알람 없이 눈을 뜨는 것은 꽤 기분이 좋다. 일어나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내버려 둔다. 그리고 최근 마루는 강쥐라는 웹툰을 접하게 됐다. 마루라는 캐릭터로, 데리고 있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말썽을 피우지만, 귀엽고,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우리라는 언니의 외로움도 자연스럽게 충족시켜주기도 하는 등의 신비로운 생명체가 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어른'스러워지려고 했던 것은 아닐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줬다. 걸으러 나가는데 폰이 배터리가 없길래 충전기를 꽂아뒀다. 그러다가 해가 더 뜨기 전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후딱 나왔다. 눈이 조금 흐린 느낌이었긴 한데, 하늘이 맑고 햇빛이 따스하게 내려와 있는 것을 보며 눈이 풀어졌다. 호랑이(석상)에게 가서야 폰을 두고 왔..

부끄러움

내 안의 판도라 상자 부끄러움은 사실 보물 상자다. 이제껏 나는 계속해서 내 삶에 진짜 중요한 것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멀리하고 내게 더 좋은 점을 가까이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많은 것을 바꿔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은 매번 지우기가 어려웠다. 그 이유는 판도라 상자라고 생각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깊숙이 묻혀 있던 것 때문이다. 나의 성장에 발목을 잡는 것은 여기에 갇혀 빛을 발하지 못한 보물들을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 애들이 놀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놀리지 않을까 조심했다.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나도 놀리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선들은 내 안에 자기 검열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작은 행동을 했을 때 남..

내꺼내/글싸기 2021.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