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

팩트 치유

가랑비 2021. 2. 19. 12:31

  사람들은 사실을 말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상대방의 결점에 대해서 말하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문득 궁금해지는 점은 상대방의 좋은 점을 말하는 것을 '낯간지럽다'든지 '오글거린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아낀다. 마치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 않냐는 듯이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만큼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많지 않다. 실제 본 결점을 말하고, 좋은 점은 말하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란 은연중의 생각, 이런 세 가지 특징으로 인해 가족들의 다툼이 잦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보길 '팩트'를 얘기하는 것까지는 좋다. 근데 대체 누가 시작한 건진 모르겠지만, 좋은 말 해주는 것을 오글거린다고 안 한다니 새삼 놀랍다. 지금 시점에서 이 말은 내게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들릴 정도이다. 

  칭찬하는 것에 대한 강연들이 있을 정도로 칭찬이 어렵다는 것을 안지는 꽤 됐다. 칭찬을 듣기가 매우 어려웠던 한 사람으로서 칭찬은 존재 자체가 정말 쉽지 않았다. 좋은 말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하려면 못했다. 그게 심화돼서 칭찬 듣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없는 말 지어서 좋게 말하려고 해 봤자 비꼬아 들리게 될 가능성만 높아진다. 정말 가족으로 지내면서 살면서 서로의 좋은 점을 단 한 번도 못 봤을 것이라 생각하긴 어렵다. 그런 경험에서 우러난 좋은 점을 말해주자. 인정해주자. 누가 먼저 하기 어려운 자존심이 걸린 상황이라면, "하나 둘 셋!" 하고 동시에 말해도 되고 좀 더 괜찮은 상황이라면 편지를 써서 줘보자. 후자도 오글거린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팩트 폭행이라는 단어가 뜬금없이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엔 진짜 폭력이다. 들으면 아프다. '맞는' 말이어서 더 아프다. 이런 말만 주고받으니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결과로 가는 수밖엔 없는 것이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에, 정말 그전에 눈 딱 감고 준비해둔 상대방의 좋은 점을 외쳐보자. 마법의 주문이라고 생각하고 말해보자. "너는 인내심이 좋은 거 같아! 내 잦은 실수들을 정말 많이 견뎌냈어!"라고 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뒤에 고생했어, 고마워, 내가 더 노력할게 등으로 더 좋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은 팩트 치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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