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따기

빼앗긴 고통, 사료가 된 즐거움

가랑비 2026. 8. 7. 09:52

  정치에 대해 아는 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정치인에게 자신의 표를 준다는 점에서 볼 때 의아한 장면들은 많이 있다. 부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제도를 주장하는 정당에게 표를 주는 부자에 속하지 못한 이들 같은 경우가 한 예시가 될 수 있겠다. 이를 설명해 주는 듯한 문장을 만났다. '권위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모든 특수한 내용 이전에 실제 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약한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체물로서 큰 집단과의 동일시와 큰 집단을 통한 방어를 필요로 한다(p22).' 

  약한 자아가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속감이 중요한 이들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여기서 짚은 이들은 권위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설명하는데, 집단의 힘이 커 보일수록 그 집단에 소속되길 원할 것이다. 그런데 이 표현들은 정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정치도 그 현상이 나타나는 한 피라미드일 뿐이다. 수많은 피라미드에서 이 상태에 놓여 있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권위에 사로잡히게 되는 걸까? 

  의사결정은 다수결로 이루어진다 한들, 1퍼센트의 의견에 99퍼센트의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모습이 있다는 말을 어디서 봤다. 그 이유를 1퍼센트의 사람들을 두려워하거나, 부러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간결하면서도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권위에 사로잡힌 건 그들의 힘에 제압당해서일 수도, 그들의 힘이 부러워서일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그들의 힘에 나를 동일시한다는 것, 내게 없음에도 있는 듯이 여긴다는 것이다. 호가호위. 완장놀음. 

  이유가 무엇이었건 간에, 악행에 참여하고 실행한 것에 대한 책임은 단순히 시킨 사람에게만 탓을 돌리기가 어렵다. 이 논의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첨예하게 다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시켜서 한 것일 뿐이에요.'는 정말 편리한 말이다. 기술이 좋아져서 세상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된 것처럼 유용하고, 유서 깊은 편리한 문장이다. 인간이 어떠한 고통을 느끼고, 그런 고통을 어떻게 다뤄왔는지에 대한 기술들이 문학이고, 역사이고, 철학이 아닐까? 

 

  더 놀라운 것은 이다음에 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은 파시즘 아래에서 전체적으로 형편이 나쁘지 않았다. 강압의 정점은 소수이며 비교적 정확히 규정할 수 있는 집단을 향하였다. 히틀러 이전 시대의 세계 대공황 위기 경험 이후 공장실의 꽃 상자와 Kdf(국가사회주의 여가조직 - 역자)는 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보살펴지고 있다"는 느낌을 압도적으로 들게 하였다. 자유방임주의와 비교할 때, 히틀러의 세계는 실제로 어느 정도 인간에게 내맡겨진 사회의 자연재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였다.'

  각주의 설명에 따르면 Kdf는 Kraft durch Freude의 줄임말로, 즐거움을 통해 얻는 힘을 뜻한다고 한다. 이어지는 설명으로, '독일 나치정권의 국가사회주의 단체 이름과 동일하고, 모든 독일인의 진실된 민족과 생산 공동체를 위한 공동체 교육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단체는 독일 국민들의 즐거움을 주는 각종 여가를 이용하여 독일 국민을 국가사회주의 체제로 편입시키는 데 기능하였다.' 보자마자 내 눈이 휘둥그레진다. 

  소름이 돋는다. 즐거움을 통해 얻는 힘? 내가 이런 어휘를 직접적으로 사용해 본 적은 없었으나, 만약 그랬다고 하더라도 나와 대화를 충분히 나눴던 사람이라면 내가 이 표현을 썼을 때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였을 법한 조합이다. 최근 접한 '보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시점에서, 거의 동일한 표현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시 한번 떠오르는 것은, 목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히틀러 세력은 심리 현상에 대해 통찰이 있었나 보다(능력이 있어서 뭐 하나.). 어떤 것에 대해 고통을 느꼈으며, 그 고통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었나 보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관의 끝장을 본 것 같다. 마치 짜임새가 철저한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소설이라고 해도 안 믿을 것 같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국민들을 전부 마리오네트로 만들어 버린 그림이 떠오른다. 기이하게도 국민들이 그 마리오네트 공장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과 함께 말이다. 

 

히틀러 세계 속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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