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할 일이 별로 없다가 오랜만에 하려니까 더 크게 느낀 것 같다. 스트레스받아서 기가 쏙 빠진다. 기진맥진이라는 단어가 이런 건가 싶다. 뭐 대단한 발표도 아니고 수업에서 한 타임 맡아서 하는 발표인데 이러는 건 진짜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한다. 이젠 좀 그만 두려워도 될 것 같은데 몸이 이 난리를 치는 게 아마 이게 습관이구나 싶다. 희망이 있다고 보이는 점은 이게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포기하고 싶거나 집에 가고 싶다는 워딩이 떠오른다든가 하는 건 좀 더 유하게 꺼내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이 들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고 거부해 왔었는데 차라리 혼자서라도 뱉어내거나 그냥 그렇구나 받아들이고 나면 더 악화되는 길은 모면하는 것 같다. 생각에서 그쳐서 조금이나마 준비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는 과정에 있다.
원인이야 체감상 수만 가지인 것 같다. 이번만 해도 생각하게 된 포인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이 때문에, 기수(연차)가 차서 이런 건 말하기조차 지루할 정도다. 일단 막연해서 두렵다. 해당 내용에 대해 모르는 상태라는 것에 대해 근원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은 잘하는 것을 보고 비교해서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못하겠다는 생각도 있다. 발표를 하는데 질문을 받고 답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다. 가장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준비를 하더라도 발표할 내용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발표할 때 발표할 내용을 까먹을 까봐도 걱정이 큰 것 같다. 결국 관통하는 이유는 또 진부하다. 잘해야 하는데, 망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막상 각 잡고 나열해보려고 하니까 10가지를 넘지 않는 것 같아서 웃기다. 물론 예전 것이 사라져서 그런 것도 같다.
이제는 좀 그만 두렵고 싶다. 머리까지 도달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서 희망은 본다지만, 기가 쏙 하고 빠져나가는 것도 느껴지니 불편한 것은 변함없다. 아싸리 이렇게 두려워하면서 시간 쓸 바에 한 글자 더 보면 되는 것도 맞다.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더 그렇게 할 수 있었고, 막연한 두려움이 한 글자를 볼 때마다 한 글자 크기만큼이나 마 줄어드는 것도 느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한 글자씩 두려움의 크기를 줄여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자료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두려워서 회피하면서 유튭 보고 하면서 시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게 딴짓을 하던 중간중간에 인식이 들어서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기현상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내 몸인데 내 몸이 아니다. 이럴 때만큼 기분이 묘한 때가 없을 것 같다(ㅋㅋ).
두려움을 겪고 회피할 때 수단이 정말 다양한 수단과 방식으로 나타난다. 도파민을 주는 것들로 가는 것인데 이번에 이게 좀 덜 했다. 내 취향을 찾으면서 뭔가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게 보상을 주는 방식을 시도해 봤던 게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두려움의 절대적 양이 줄었기도 하겠지만, 취향을 찾으니 만족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글자 한 줄 보고! 보상을 주자는 방식을 이번에 시도했고 그나마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래봤자 아직 유튭 3시간 보고 30분 조사하거나 글 읽거나 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두려움을 왜 느낄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젠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포인트의 그 뒤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 일이 끝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끝이 있다는 것이 정말 내게 센세이션의 감각을 준다. 이 개념을 터득하게 된 건 우연하고 재밌는 계기가 있다. 윤상의 [달리기]라는 노래를 옥상달빛 커버로 처음 듣게 되었는데, 노래 가사를 보다 보니 '이거 보통 사람 마인드가 아닌데?' 하면서 마치 김연아? 같은 강인함이 보이는 것 같았다. 궁금해져서 원작자의 의도를 살펴보니 죽음에 대한 내용도 담긴 게 맞다는 얘기를 하던데 무슨 자살 그런 식의 죽음이라기보다는 사랑도 죽음이 있다든지 그런 식의 의미였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나는 이 노래를 통해 어떤 일이든 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두려움을 느낄 일에 대해 적용하게 되었고 6개월쯤 지난 현재 시점에서 볼 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관점을 채택하고 그 관점에 따른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때 새로운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게 재밌다. 이제 더 이상 왜 두려운 걸까 파악하는 데 에너지 쓰다가 당장의 일을 놓칠 일은 없기를 바란다. 이런 다방면의 시도들 끝에 두려움을 덜 느끼고 실제 내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온전히 쓸 수 있게 될 날을 기대한다. 그렇게 될 날에서야 두려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 봐도 안 늦지 않을까. 이것도 연습할 대상이다. 이런 식으로 연습할 게 산발적으로 너무 많으니 개선이 느린 것도 맞는 것 같다. 글로 꺼낸 뒤에 이런 문제점들을 나열해서 좀 더 '준비'해서 대비해 보는 것도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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