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을 등록하면서 빼놓지 않고 한 것이 바로 달리기였다. 나의 경우엔 웨이트를 원해서 시작하긴 했다만, 유산소가 체력을 올려주는 데 정말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서 달리기를 먼저 한 뒤에 웨이트를 했다. 처음에는 깔짝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다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의 목표를 지키고자 무게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보조를 받아서 하체를 하게 되었는데, 이날 매우 놀랐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무게를 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그동안 한 게 도움이 되었나 보다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마무리하게 된 뒤에는 허벅지가 말 그대로 땅땅해져서 걷는데 그 꽉 찬 느낌이 나는 게 정말 기분이 좋더라. 이 경험 덕분에 웨이트가 이렇게 하는 거구나 생각했고, 삼분할을 왜 하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하는 데에도 웨이트를 하고 난 뒤로 퍼포먼스가 점차 좋아지는 걸 느꼈다. 확실히 유산소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지점이었다. 같은 논리로, 하체를 꽉 차게 웨이트 한 날 이후 달리기 퍼포먼스가 껑충 뛴 것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3km 12분 컷을 금세 도달했다. 달리기 같은 경우에는 몸이 마른 편이기도 해서 속도가 그래도 붙는 편이라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코로나 기간 동안 수영을 못하게 되면서 달리기로 대체하게 되었다. 무릎을 걱정해서 달리기를 하기 싫어했던 것도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려니 너무 번거롭더라.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달리기 냅다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밌는 게 아닌가! 그렇게 6개월 정도를 하다가 조금 신경 써서 하면 3km, 1km 5분 정도까지 찍었었다. 괜히 뿌듯한 게 있었다. 기록 단축하는 재미가 있다.
달리기 같은 경우에는 밖에서 달릴 때는 정말 재밌다. 처음부터 바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끝나고 난 뒤에 흘린 땀과 샤워 후 상쾌함은 명백한 행복이다. 봄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얇게 입고 나오면 쌀쌀할 때지만, 얼마 달리지 않아 땀이 나고 쌀쌀함이 시원함으로 바뀌는 것도, 귀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도 물소리도. 여름에는 햇빛을 막기 위해 얼굴을 꽁꽁 감싸고 하게 되는데, 한정된 시야로 앞을 달리고 있으면 어느 순간 영상을 틀어 놓은 것 같은 상태가 될 때가 있는데, 이 감각도 재밌다. 가을에는 확실히 천고마비라고 하는 게 말이 살이 찌는 건 못 봤어도, 하늘이 정말 높아진다는 건 알 수 있다. 그 청량함은 다른 계절에서 볼 수 없다. 겨울이 되면 예열을 해야 해서 번거롭긴 하지만, 끝나고 들어오는 길에 후끈한 상태로 들어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영하 15도 눈 밭에서 달리고 들어오는 길에 등에서 김이 후끈 나는 내 몸을 보며 이런 기온도 극복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감각은 정말 소중하다.
게다가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평소에도 나무를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감각하는데, 밖에서 달리기를 하면 더 자주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대로인 것 같지만 섬세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보는 것들만 해도 그렇게 소소하게 꾸준히 변화하는데, 나라고 다를까. 자연과 함께 연결이 되는 감각마저 느낄 수 있다. 또한 구불구불한 지면을 오르락내리락, 지나가는 사람들 옆으로 이리저리 달려 나가다 보면 탐험하는 느낌도 든다. 수영할 때 내 팔로 물을 밀면 내 몸이 나아가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듯, 달리기 할 때는 더 드라마틱하다. 지면을 한 번 박차고 나면 내 몸이 그만큼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멈추면 나아가는 것도 멈춘다. 즉각적인 피드백이다. 내가 내 몸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감각. 확실한 감각. 수많은 재미가 존재한다.
실내에서 트레드밀을 뛸 땐 이런 즐거움들은 없지만, 내면과의 소통이 이뤄지는 게 재밌다. 좀 더 기록 단축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도 내게 있어서는 고무적인 변화였고,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다주어서 좋았다. 3km를 12분 컷 한다는 게 가능한 거라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직도 내가 이렇게 했다고? 싶다. 동시에 이게 되네, 하면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가고 싶은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물론 안 다치는 게 최우선 목표가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숨이 끊어질 듯하거나, 발목이나 고관절이나 기분 나쁜 통증이 생기는 것 같을 땐 멈춘다. 적당선에서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으면 달린다. 그렇게 조금씩 늘려나가다 보면 단축이 되는 것을 발견한다. 동시에 고통스러움을 느끼는데, 내가 고통에 있어서 회피하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고통을 인내하는 데 익숙해짐을 느낀다는 사실에 짜릿함을 느낀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성장에 필요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내게 너무 필요했기 때문에 더 달리게 되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아득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에는 정말 온몸을 달리기에 집중하게 된다. 대신 평온하게 가볍게 달릴 때는 평소에 하듯이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되는 생각들을 늘어놓고 있다 보면 시간이 훅 훅 하고 가 있다. 이게 너무 재밌다. ㅋㅋ
달리기를 3km 12분 컷 하는 게 목표로 가지게 되었는데, 이게 달성이 되어서, 1주일에 1번 도전하는 것으로 하고, 이제부터는 나머지에 웨이트를 점차 늘려나가고자 한다. 견딜 수 있는 고통 총량이 있는지 동시에 웨이트는 어렵더라.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몸매가 좋은 사람들은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는 어떤 형태로든 고통이 존재할 텐데 그걸 인내했든, 다른 걸로 풀어냈든 부럽다. 나도 더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