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몸에 긴장을 주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몸이 긴장을 먼저 한다. 최근 그 정도가 심해져서 그런지 목이 빳빳해지는 걸 느낀다. 처음 겪어 봤지만 또 겪고 싶지 않은데, 더 잘 느껴지게 되는 것만 같다. 이번 상황에서는 이전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커졌다. 이 점도 영향이 있는 것도 같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 수록 더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막막한 상황이다. 막막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 되더라. 어떻게 하면 통과할 수 있다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면 긴장감 없이 해낼 수 있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부담이 되는 거였다.
이 때 느끼는 부담감, 중압감은 사형수가 처형일을 기다리는 것 같다. 물론 진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지만 뉘앙스가 유사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는 것에 대해 두려움만 커진다. 재밌는 것은 실제는 정말 다르다. 안 하고 싶으면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누칼협이다(농담). 내가 포기를 못하고 있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여기서 재밌는 지점이 드러난다. 내가 흥미를 느껴서 달려들게 되는 것이었다면 응당 포기할 수 없겠지만, 할 수 없다고 여기면서도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 채 붙잡고 늘어지고 있기만 한 것이다.
더 나아가서 분명한 간극이 드러나는 점이 있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시험으로 담으려는 시도는 불가능한 것이다. 시험으로 바꾸는 작업이 의미 없진 않겠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또한 시험이라 함은 그 역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수능, 공무원 시험 같은 경우에는 지원자는 다수이나 TO가 소수일 때 성적으로 커트라인을 세우기 위함이다. 또는 운전면허와 같이 일정 조건을 갖추면 자격이 부여되는 경우이다. 이처럼 시험이 가지고 있는 역할은 매우 분명하다는 이점이 있다. 어떠한 특정 기준을 통과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기준을 세우는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세우는 기준인가가 중요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기준은 모조리 남이 세운 기준이라고 봐도 되겠다. 남이 세운 기준을 충족시키느라 부단히도 애를 쓰는 삶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그 기준이 내가 세운 것이거나, 남이 세운 기준을 웃도는 것이라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제될 게 없어진다. 물론 남이 세운 기준을 경험이나 숙고 없이 내 기준으로 삼으려는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은 폭력과 유사할 것이다. 좀 더 평화로운 인생을 위해서라면 내가 만든 세계에서 살아가거나, 충분한 경험과 숙고를 통해 사회의 기준과 내 기준을 조율해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둘 다 원한다. 내가 만든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경험도 원하고, 내 기준이 사회의 기준을 웃돌면 좋겠다.
현재 마주하고 있는 기준이 나를 겁나게 한다.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는다. 사형 선고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다시 연상된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착각이다. 사형 선고도 아니고, 실제 처형 당하는 것도 아니며, 누구도 날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누가 내가 죽길 바라겠는가(이건 생각 못 했었는데, 진짜 그렇네?)? 이런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은 내 과거이며, 정확히는 맡은 과제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모르기 때문이었다. 더 엄밀히는 그 방법을 아는 데에 관심조차 없었다는 게 더 맞다. 이제 이걸 부수기로 한다.
어떻게 하는지 알아도 못 하는 경우도 존재하겠다만, 현재 나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면 더 수월하게 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는 실제로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게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니, 하자. 내가 만들어야 할 결과물은 글이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계속 파고 들어가다보면 방법이 보인다. 그 방법으로 더 파보면 또 더 디테일한 방법이 보인다. 방법을 알아내고 더 나아가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더 나아간다. 그렇게 될 때 나는 점차 경직에서 벗어나고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더 가까워짐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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